비잔틴·셀주크·오스만 시대의 유약도기를 함께 놓고 보면 비슷한 형태가 이어지는 부분과 새로운 제작 방식이 나타나는 부분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식재료도 비슷하다. 여러 시대의 유적에서 곡물이나 콩류, 과일이 확인된다고 해서 같은 음식이 계속 만들어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치적 지배가 바뀐 뒤에도 아나톨리아의 식량 생산 기반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현재까지 검토한 자료에서는 영역마다 연속성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작물과 생산 기반에서는 비교적 긴 지속을 확인할 수 있고, 도기와 조리기물에서는 이전 전통과 새로운 기술이 함께 나타난다. 반면 개별 음식의 이름과 세부 조리법은 직접적인 계보를 주장하기가 가장 어렵다.
세 시대에 남은 자료의 종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완성된 식단을 같은 기준으로 나란히 복원하기는 어렵다. 이 글에서는 비교가 가능한 생산 기반, 물질문화, 음식명과 조리법의 세 영역을 중심으로 무엇이 이어졌고 어디에서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구분한다.
정치가 바뀌어도 이어진 아나톨리아의 식재료 기반
비잔틴 시대 여러 유적을 종합한 고고식물학 연구에서는 곡물과 콩류, 기름 작물, 과일, 견과류, 채소와 향신료에 해당하는 식물 자료가 확인된다. 이러한 자료는 당시 사람들이 정확히 어떤 이름의 요리를 만들었는지보다 어떤 식재료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이 점은 정치적 변화와 음식문화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지배 왕조와 행정체계가 달라진다고 해서 농경지의 기후 조건이나 재배 가능한 작물, 이미 형성된 지역 생산 기반이 한꺼번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세 아나톨리아에서도 농업과 목축, 시장을 통한 식재료의 생산과 교환은 음식생활의 중요한 기반이었다.
따라서 곡물·콩류·과일과 같은 식재료가 여러 시대에 걸쳐 나타난다는 사실은 아나톨리아의 생산 환경에 장기적인 연속성이 존재했음을 보여 주는 자료로 읽을 수 있다. 이는 모든 작물이 같은 비중으로 계속 재배됐다는 뜻이 아니라, 정치적 변화 이후에도 다음 시대의 식생활을 지탱할 지역적 생산 토대가 남아 있었다는 의미에 가깝다.
같은 곡물이 사용됐더라도 제분과 반죽, 가열 방식, 다른 재료와의 결합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생산 가능한 식재료 환경에서는 비교적 강한 연속성이 보이지만, 그 연속성을 특정 음식의 동일한 조리법이 계속됐다는 증거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그릇은 이어졌지만 만드는 기술은 달라졌다
생산 기반보다 더 구체적으로 변화의 흔적을 보여 주는 자료가 도기와 조리·식사용 기물이다. 저장용기와 조리용 그릇, 식탁용 유약도기는 음식을 보관하고 조리하며 제공하는 물질적 환경의 일부였다. 음식명이 문헌에 남지 않았더라도 그릇의 재료와 제작 기술, 생산지와 유통 범위를 분석하면 생활문화의 변화 일부를 추적할 수 있다.
서부 아나톨리아의 중세 도기 연구에서는 이전의 제작 전통이 일부 이어지는 한편 새로운 생산 중심지와 유약 기술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사례는 정치적 지배가 바뀐 뒤 기존의 물질문화가 한꺼번에 사라진 것도, 이전 방식이 그대로 유지된 것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기존 기술의 흔적은 이전에 형성된 제작 경험과 기술적 전통 가운데 일부가 이어졌음을 보여 준다. 동시에 새로운 생산 중심지와 새로운 유약·제작 방식의 등장은 물질문화가 정지된 상태로 보존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비잔틴·셀주크·오스만 지역의 유약도기를 함께 검토한 연구에서도 제작과 소비, 교역에서 이어지는 요소와 새롭게 나타나는 요소를 함께 살핀다. 이런 변화는 물질문화를 변화 없는 계승이나 완전한 단절 가운데 하나로 설명하기보다 부분적인 연속과 재편이 함께 일어난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 준다.
비슷한 모양의 그릇이 이어졌다고 해서 그 안에 같은 음식이 담겼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도기는 제작 기술과 생산 환경이 어느 부분에서 이어지고 어느 부분에서 달라졌는지를 보여 주는 구체적인 물질자료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생산 기반이 남아도 음식이 사용되는 조건은 달라졌다
Nicolas Trépanier가 분석한 14세기 아나톨리아의 자료에서는 음식이 농업 생산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목축, 시장 교환, 종교 공동체의 환대와 음식 제공 같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도 사용됐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 자료가 셀주크 궁정의 구체적인 메뉴를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정치적 변화 뒤에도 생산 기반이 남아 있을 수 있는 한편, 시장과 공동체, 주민 집단의 관계가 달라지면서 같은 식재료가 생산·교환·소비되는 맥락도 달라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음식문화의 지속은 같은 재료가 남아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생산 조건이 이어져도 그 재료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급되고 소비되는지는 새로운 사회적 환경 속에서 달라질 수 있었다.
같은 이름과 비슷한 모양이 가장 조심해야 할 증거인 이유
개별 음식의 직접 계승을 판단할 때는 작물이나 도기보다 더 강한 연결 증거가 필요하다. 중세 아나톨리아에서는 여러 언어로 문서가 작성됐기 때문에 같은 음식이나 식재료가 다른 이름으로 기록될 수 있고, 비슷한 명칭이 시대에 따라 다른 대상을 가리킬 수도 있었다.
음식의 이름이나 외형 하나만으로 계승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칭이 비슷하더라도 작성 시기와 재료, 조리 방식이 함께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하며, 얇은 반죽이나 속을 채운 음식처럼 여러 지역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형태는 외형만으로 하나의 전파 경로를 정하기 어렵다.
바클라바는 이 문제를 보여 주는 짧은 사례다.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반죽 디저트가 확인된다는 사실과 현재 알려진 바클라바의 직접 계보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바클라바를 둘러싼 여러 기원설과 오스만 궁정에서 확인되는 제도적 사용은 「바클라바의 여러 기원설과 오스만 궁정에서의 제도화」에서 더 구체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개별 음식의 역사를 다룰 때는 공통 재료나 비슷한 외형이 있다는 사실과 특정 음식이 시대를 거쳐 직접 전달됐다는 주장을 서로 다른 수준의 설명으로 다뤄야 한다.
비잔틴·셀주크에서 오스만까지, 세 영역의 증거는 얼마나 다른가
앞에서 확인한 결과를 세 영역으로 나누면 음식문화의 연속성이 동일한 강도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 비교 영역 | 현재 자료로 내릴 수 있는 판단 |
|---|---|
| 재배 작물과 생산 기반 | 여러 식재료가 장기간 이용된 흔적이 있어 비교적 강한 연속성을 말할 수 있다. |
| 도기·조리기물과 제작 기술 | 이전 전통의 일부 지속과 새로운 생산 중심지·기술의 등장이 함께 확인된다. |
| 음식명과 세부 조리법 | 이름이나 외형만으로 직접 계승을 확정하기 어렵고 더 강한 연결 증거가 필요하다. |
이 비교가 보여 주는 핵심은 음식문화 전체에 ‘계승’이나 ‘단절’이라는 하나의 설명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엇을 비교하느냐에 따라 지속의 정도와 변화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정 음식이 직접 이어졌다고 말하려면 이름이나 외형의 유사성만이 아니라 시대 사이를 연결하는 문헌, 재료, 조리 방식과 물질자료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지역 생산 기반이 지속됐다는 사실과 동일한 음식이 계승됐다는 주장을 구분하는 편이 적절하다.
연속성과 단절은 같은 수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비잔틴·중세 아나톨리아·셀주크에서 오스만 시대로 이어지는 음식환경을 하나의 직선적인 계보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정치 세력의 변화가 이전에 존재하던 생산과 물질적 환경을 모두 지웠다고 볼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변화가 일어난 수준을 구분하는 것이다. 작물과 지역 생산 기반의 지속은 장기간 유지될 수 있었고, 그 위에서 사용된 물질문화와 소비 환경은 새로운 조건에 맞춰 재편될 수 있었다. 그러나 개별 음식의 계보로 범위를 좁힐수록 더 직접적인 연결 증거가 필요해진다.
따라서 비잔틴과 셀주크 음식문화가 오스만 시대에 남긴 흔적을 하나의 고정된 ‘유산’으로 묶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역사적 의미는 생산 기반의 지속, 물질문화의 재편, 개별 음식 계보의 불확실성이 서로 다른 수준에서 동시에 존재했다는 사실에 있다. 이런 차이를 구분할 때 비로소 이전 시대의 모든 것을 오스만 음식의 직접적인 원형으로 만들지도, 반대로 정치적 변화와 함께 과거의 음식환경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지도 않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핵심 참고자료
Elena Marinova 외, 「Food Production and Consumption in the Byzantine Empire in Light of the Archaeobotanical Finds」
- 발행: 2020년
- 자료 유형: 고고식물학 연구
- 사용 범위: 비잔틴 시대 유적에서 확인되는 곡물·콩류·기름 작물·과일·견과류·채소·향신료 관련 자료를 통해 지역 생산 기반을 판단하는 데 사용했다.
- 핵심 판단: 식물 자료는 세부 음식의 계보보다 생산 가능한 식재료 환경의 지속을 설명하는 데 더 적합하다.
Nicolas Trépanier, Foodways and Daily Life in Medieval Anatolia: A New Social History
- 발행: University of Texas Press, 2014년
- 자료 유형: 역사학 연구서
- 사용 범위: 14세기 아나톨리아에서 음식 생산과 시장 교환, 종교 공동체 등 소비의 사회적 조건을 설명하는 데 사용했다.
- 핵심 판단: 생산 기반이 지속되더라도 음식이 사용되는 사회적 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
Filiz Yenişehirlioğlu, 「Tableware Productions on the Eve of the Ottoman Empire in Western Anatolia」
- 발행: 2020년
- 자료 유형: 고고학·고고측정학 연구
- 사용 범위: 서부 아나톨리아에서 이전 도기 제작 전통의 일부 지속과 새로운 생산 중심지·유약 기술이 함께 나타난 사례를 설명하는 데 사용했다.
- 핵심 판단: 물질문화에서는 완전한 단절이나 변화 없는 계승보다 부분적인 지속과 재편이 함께 확인된다.
Filiz Yenişehirlioğlu, 「Ottoman Period Sources for the Study of Food and Pottery (15th–18th Centuries)」
- 발행: 2020년
- 자료 유형: 음식·도기 사료 연구
- 사용 범위: 오스만 시대 음식과 도기를 해석할 때 자료의 시기와 지역을 구분하는 데 사용했다.
Nikos Kontogiannis·Beate Böhlendorf-Arslan·Filiz Yenişehirlioğlu 편, Glazed Wares as Cultural Agents in the Byzantine, Seljuk, and Ottoman Lands
- 발행: Koç University ANAMED, 2021년
- 자료 유형: 고고학 학술 논문집
- 사용 범위: 비잔틴·셀주크·오스만 지역의 유약도기를 제작 기술·생산·소비·교역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비교하는 데 사용했다.
- 핵심 판단: 세 시대의 물질문화는 단순한 직선적 계승보다 지속과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하다.
Priscilla Mary Işın, Bountiful Empire: A History of Ottoman Cuisine
- 발행: Reaktion Books, 2018년
- 자료 유형: 오스만 음식사 연구서
- 사용 범위: 오스만 음식문화를 하나의 고정된 전통이 아니라 장기간 변화한 역사적 대상으로 이해하는 전체적인 해석 틀에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