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틴·셀주크·오스만 시대의 유약도기를 함께 분석한 연구에서는 그릇의 형태뿐 아니라 제작 기술과 생산지, 소비 방식의 변화도 비교한다. 비슷한 모양의 그릇이 이어졌더라도 그 안에 담긴 음식까지 같았다고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식물의 흔적, 음식명, 궁정 기록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자료가 답할 수 있는 질문과 답할 수 없는 질문이 다르다.
비잔틴과 셀주크 음식문화가 오스만 황실 요리에 무엇을 남겼는지 판단하려면 먼저 증거의 종류를 구분해야 한다. 고고식물학 자료는 어떤 식물이 생산되거나 소비됐는지를 보여 주지만 조리법을 기록하지 않는다. 규범 문헌은 특정 공동체가 지켜야 했던 식생활을 보여 주지만 사회 전체의 실제 식사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도기와 조리기물은 제작 기술과 소비 환경을 알려 주지만 그릇에 담긴 음식명을 직접 밝혀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글의 중심 질문은 세 시대의 음식이 얼마나 비슷했는가가 아니다. 문헌·고고식물학·도기·조리기물이 각각 무엇을 증명할 수 있으며, 어느 지점부터 직접 계승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가가 핵심이다.
시대마다 남은 자료가 다른 이유
비잔틴 음식문화를 연구할 때는 농업과 식이에 관한 문헌, 수도원 규정, 고고식물학 자료, 저장·조리·식사용 기물 등이 활용된다. 이 자료들은 비잔틴 사회의 서로 다른 영역을 보여 준다. 농업 관련 문헌은 생산 지식을, 수도원 규정은 특정 종교 공동체의 규범을, 식물 유체는 실제 유적에 남은 작물의 흔적을 제공한다.
중세 아나톨리아의 자료 구성은 이와 다르다. Nicolas Trépanier는 14세기 아나톨리아의 음식 생산과 소비를 설명하기 위해 성인전, 수피 문학, 종교재단 문서와 고고학 자료를 함께 사용했다. 이러한 자료는 농업과 목축, 시장 교환, 종교 공동체의 생활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중세 아나톨리아 주민의 일상생활을 보여 주는 자료를 셀주크 궁정의 공식 식단으로 바꾸어 설명해서는 안 된다.
오스만 시대에는 궁정의 구매·분배 문서, 조리 관련 필사본, 시각 자료와 고고학 자료를 함께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자료들도 같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구매 기록은 특정 재료가 궁정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보여 줄 수 있지만, 그 재료가 어떤 비율과 순서로 조리됐는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조리 관련 문헌 역시 기록된 지식이 실제 궁정 주방에서 얼마나 자주 사용됐는지를 자동으로 증명하지 않는다.
시대별 자료량의 차이도 주의해야 한다. 후기 오스만 이스탄불의 기록이 비교적 자세하다는 이유로 그 내용을 초기 오스만 궁정이나 지방 사회에 소급할 수는 없다. 세 시대의 음식문화를 비교할 때는 자료가 작성된 시기와 장소, 작성 목적부터 확인해야 한다.
식물 자료가 알려 주는 생산 기반
비잔틴 시대의 여러 유적에서는 곡물과 콩류, 기름 작물, 과일, 견과류, 채소와 향신료에 관한 고고식물학 자료가 확인된다. 이 자료는 어떤 종류의 식물이 생산·유통·소비됐는지를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 특정 지역의 농업 기반과 식재료의 다양성을 복원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유적에서 곡물이나 콩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된 음식까지 복원할 수는 없다. 여러 재료를 어떤 비율로 섞었는지, 삶거나 굽거나 발효했는지, 어떤 이름으로 불렀는지는 식물 흔적만으로 알 수 없다. 동일한 작물이 여러 시대에 확인되더라도 같은 조리법이 이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비슷한 기후와 재배 조건에서는 정치적 지배 세력이 바뀐 뒤에도 같은 작물이 계속 생산될 수 있다. 따라서 작물의 지속은 지역 생산 기반의 연속성을 보여 주는 증거가 될 수 있지만, 특정 음식의 문화적 전파를 직접 증명하지는 않는다.
오스만 궁정 기록에 곡물이나 채소가 등장하는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해당 재료가 궁정에서 사용됐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만, 비잔틴이나 셀주크 시대와 같은 방식으로 조리됐다는 결론에는 별도의 증거가 필요하다. 고고식물학 자료가 가장 분명하게 보여 주는 것은 음식의 이름보다 생산 가능한 재료의 범위다.
문헌이 보여 주는 규범과 실제 생활의 차이
문헌은 음식명과 식재료, 식사 규범을 확인하는 중요한 자료지만, 기록된 문장이 곧 실제 생활 전체를 뜻하지는 않는다. 비잔틴 수도원 규정은 수도원 공동체가 특정 시기에 어떤 음식을 제한하거나 허용했는지를 보여 줄 수 있다. 그러나 수도사에게 적용된 규정을 비잔틴 도시민과 농민, 궁정 구성원의 공통 식생활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성인전과 수피 문학도 당시의 음식과 환대, 자선에 관한 장면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문헌은 일상생활을 객관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작성된 기록이 아니다. 종교적 교훈과 인물의 덕성을 드러내는 목적이 포함돼 있으므로, 등장하는 식사 장면이 얼마나 대표적인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종교재단 문서는 특정 기관이 어떤 물자를 확보하고 제공했는지를 알려 줄 수 있다. 그러나 재단에서 관리한 음식이 중세 아나톨리아 전체 주민의 일반적인 식사였다고 볼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문헌을 함께 사용하는 이유는 한 자료의 공백을 다른 자료로 보완하기 위해서이지, 성격이 다른 기록을 하나의 식단표로 합치기 위해서가 아니다.
육류와 유제품의 사용도 같은 기준으로 검토해야 한다. 중세 아나톨리아에서 이러한 재료가 소비됐다는 사실만으로 중앙아시아의 특정 음식이 셀주크를 거쳐 오스만 궁정에 직접 전달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앙아시아의 목축 환경과 유제품·발효·건조 기술은 「중앙아시아 유목 식문화는 오스만 제국 식탁에 무엇을 남겼을까」에서 별도의 자료를 통해 확인하는 편이 적절하다.
오스만 궁정 문서에서는 재료의 구매와 분배, 일부 음식명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회계와 행정 목적으로 작성된 장부는 완전한 조리법이나 실제 식사 장면을 기록한 자료가 아니다. 장부에 음식명이 등장한다는 사실과 그 음식이 앞선 시대의 조리법을 계승했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도기와 조리기물이 알려 주는 기술과 소비
저장용기와 운반용기, 조리용 냄비와 식탁용 도기는 문헌에 남지 않은 물질생활을 보여 준다. 용기의 재료와 제작 기술, 생산지와 유통 범위를 분석하면 음식을 저장하고 운반하며 조리하거나 제공한 환경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다.
도기 자료가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음식 이름이 아니라 물질문화의 변화다. 특정 유약과 제작법이 지속됐는지, 새로운 생산 중심지가 등장했는지, 어떤 유형의 식기가 유통됐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서부 아나톨리아의 중세 도기 연구에서는 이전 제작 전통이 일부 이어지는 한편 새로운 생산 중심지와 유약 기술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결과는 정치적 지배가 바뀐 뒤 물질문화가 모두 사라진 것도, 이전 방식이 그대로 유지된 것도 아님을 보여 준다. 생산 기술의 지속과 변화가 함께 나타날 수 있었으며, 지역별 양상도 서로 달랐다.
그러나 그릇의 모양만으로 안에 담긴 음식을 확정할 수는 없다. 하나의 용기가 여러 용도로 사용됐을 수 있고, 같은 음식이 다른 재질과 형태의 그릇에 담겼을 가능성도 있다. 조리용 냄비의 흔적은 가열 조리가 이루어졌음을 알려 줄 수 있지만, 정확한 음식명과 재료 비율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도기와 조리기물은 제작 기술, 유통, 저장과 소비 환경의 연속성·단절을 판단하는 자료다. 특정 음식의 직접 계보를 입증하려면 물질 자료만이 아니라 음식명과 재료, 조리 과정이 기록된 문헌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음식명과 외형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기준
중세 아나톨리아에서는 여러 언어로 문서가 작성됐다. 같은 음식이나 식재료가 언어마다 다른 이름으로 기록될 수 있었으며, 반대로 비슷한 단어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른 대상을 가리킬 수도 있었다. 번역된 음식명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음식도 같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음식명의 연속성을 판단하려면 먼저 원문의 단어와 작성 시기를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록에 함께 나타난 재료와 조리 동사, 사용된 기물과 제공 상황을 비교해야 한다. 명칭만 이어지고 재료와 조리 방식이 달라졌다면 같은 이름 아래 음식이 변화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외형의 유사성도 직접 계승의 충분한 증거는 아니다. 얇은 반죽, 속을 채운 음식, 불에 익힌 고기처럼 넓은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형태는 모양만으로 단일한 전파 경로를 확정하기 어렵다. 비슷한 형태가 확인되더라도 시간적 선후관계와 지역 간 접촉, 재료와 기술의 일치 여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바클라바 역시 외형이 유사한 여러 디저트의 존재만으로 직접적인 기원을 확정할 수 없는 사례다. 구체적인 기원설과 오스만 궁정 의례에 편입된 과정은 「바클라바의 여러 기원설과 오스만 궁정에서의 제도화」에서 별도로 검토한다.
직접 계승을 주장하려면 어떤 증거가 필요한가
특정 음식이 비잔틴에서 셀주크를 거쳐 오스만 궁정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려면 한 종류의 자료만으로는 부족하다. 우선 서로 다른 시대의 문헌에서 실제 음식명이나 그에 대응하는 표현이 확인돼야 한다. 후대 연구자가 붙인 현대 번역명만 같아서는 충분하지 않다.
명칭과 함께 재료와 조리 과정도 비교해야 한다. 주재료 하나가 같다는 사실보다 재료의 결합 방식, 가공과 가열 방법, 음식의 형태가 얼마나 일치하는지가 중요하다. 조리법이 남지 않았다면 직접 계승이라는 표현의 강도를 낮춰야 한다.
시간과 공간의 연결도 필요하다. 두 지역에 유사한 음식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영향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해당 집단이 같은 지역에서 공존했거나 교역·이주·문헌 번역과 같은 전달 통로가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도기와 조리기물은 이러한 주장을 보완할 수 있다. 특정한 조리 기술에 적합한 기물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졌다면 기술적 연속성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형태의 냄비가 남았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요리가 계속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스만 궁정 기록은 마지막 단계의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특정 재료나 음식명이 궁정 문서에 나타난다면 궁정에서 사용됐다는 사실은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록 자체가 비잔틴이나 셀주크로부터의 전달 경로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여러 음식 전통이 문헌과 궁정 기록에서 어떤 방식으로 선택되고 달라졌는지는 「여러 음식 전통은 15~17세기 오스만 황실 주방에서 어떻게 재구성되었을까」에서 다룬다. 이 글에서는 그러한 변화의 결과보다 직접 계승이라는 주장을 성립시키는 증거의 조건에 범위를 한정한다.
확인된 연속성과 단절, 아직 확인되지 않은 영역
비잔틴·셀주크·오스만 음식문화 사이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연속성은 생산 기반과 물질문화에서 확인된다. 여러 시대에 걸쳐 곡물·콩류·과일과 같은 작물이 사용됐고, 저장·조리·식사용 기물의 제작과 소비도 완전한 단절 없이 변화했다. 다만 이러한 지속은 개별 음식의 조리법이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재편이 확인되는 영역도 있다. 중세 아나톨리아에서는 정치적 지배와 주민 구성, 시장과 종교 공동체의 조건이 달라졌으며, 도기 생산에서도 기존 기술과 새로운 기술이 함께 나타났다. 이는 음식문화가 이전 요소를 모두 폐기하거나 그대로 보존한 것이 아니라, 변화한 사회적·물질적 조건 안에서 달라졌음을 보여 준다.
반면 직접 계승을 입증하기 어려운 영역은 음식명과 세부 조리법이다. 같은 이름이 남아 있더라도 재료와 조리 과정, 제공 목적이 같았는지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외형이나 공통 식재료만으로 특정 비잔틴 음식이 셀주크를 거쳐 오스만 황실에 전달됐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
현대에 사용되는 음식명도 과거 자료를 해석하는 출발점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역사적 연속성의 증거는 아니다. 현재의 조리법을 세 시대의 음식에 소급하지 않고, 개별 문헌과 물질 자료에서 확인되는 범위만 비교해야 한다.
결국 세 시대의 연속성은 하나의 문장으로 판정할 수 없다. 생산 기반에서는 비교적 긴 지속을 말할 수 있고, 물질문화에서는 지속과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음식명과 조리법의 직접 계승은 더 촘촘한 문헌적·물질적 연결이 있어야 주장할 수 있다. 계승에 관한 표현의 강도는 남아 있는 증거의 종류와 시대 사이의 연결성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핵심 참고자료
- Nicolas Trépanier, Foodways and Daily Life in Medieval Anatolia: A New Social History, University of Texas Press, 2014.
14세기 아나톨리아의 농업·목축·시장·종교 공동체를 분석하는 데 사용된 문헌과 고고학 자료의 성격을 확인하는 데 활용했다. - Sylvie Yona Waksman 편, Multidisciplinary Approaches to Food and Foodways in the Medieval Eastern Mediterranean, MOM Éditions, 2020.
음식의 생산·운송·조리·소비를 문헌·고고학·고고측정학 자료로 분석하는 연구 방법을 확인하는 데 활용했다. - Elena Marinova 외, “Food Production and Consumption in the Byzantine Empire in Light of the Archaeobotanical Finds,” 2020.
비잔틴 유적에서 확인된 곡물·콩류·기름 작물·과일·견과류·채소와 향신료 자료의 범위를 설명하는 데 활용했다. - Filiz Yenişehirlioğlu, “Ottoman Period Sources for the Study of Food and Pottery (15th–18th Centuries),” 2020.
오스만 음식 연구에서 문헌·시각 자료·도기를 함께 검토할 때 나타나는 시대와 지역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활용했다. - Filiz Yenişehirlioğlu, “Tableware Productions on the Eve of the Ottoman Empire in Western Anatolia,” 2020.
서부 아나톨리아에서 기존 도기 제작 전통과 새로운 생산 기술이 함께 나타난 사례를 설명하는 데 활용했다. - Nikos Kontogiannis, Beate Böhlendorf-Arslan, Filiz Yenişehirlioğlu 편, Glazed Wares as Cultural Agents in the Byzantine, Seljuk, and Ottoman Lands, Koç University ANAMED, 2021.
세 시대 유약도기의 생산 기술·소비·교역을 단순한 직선적 계승이 아니라 지속과 변화의 문제로 비교하는 데 활용했다. - Priscilla Mary Işın, Bountiful Empire: A History of Ottoman Cuisine, Reaktion Books, 2018.
오스만 음식문화를 장기간에 걸쳐 변화한 역사적 대상으로 이해하고, 궁정 자료를 앞선 시대의 직접 계보와 구분하는 데 활용했다.